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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밤의 대관람차
kaydiary
2024. 11. 21. 23:04
한 사람의 버킷리스트
대관람차 타러 가고 싶어
눈 내리는 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방에 숨어드는 것
꿈속으로 입장
눈 내리는 대관람차
환영합니다 코끝이 빨개지도록 추운 날 관람차 문을 열자 쩍, 하고 소리가 났다 의자에 앉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환영
나는 왜 이 밤에
혼자 대관람차를 타고 허공에 떠 있는 걸까
누군가 함부로 터뜨린
폭죽소리의 배웅도 없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의 미소를 흉내내고 싶었지만
어깨가 자꾸 움츠러들었다.
잔뜩 시무룩한 표정의 밤하늘
눈을 감았다 뜨니
한 밤이 지나고
또 한 밤
관람차가 도는 동안 밤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아이슬란드의 밤처럼 백일 동안 이어질까
명랑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오래된 버킷리스트 꿈의 대관람차잖아 바다로 뛰어드는 점점의 눈송이들 보일 리가 없잖아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왔잖아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들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누군가 툭 치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어,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신호음이 울리지 않았다
대관람차가 빙빙 도는 동안
눈 내리는 풍경의 스노볼처럼 작아져버리는 건 아닐까
작아지고 작아져서
이름 지워진 행성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미래는 밤의 밤에게 맡기고
우선 꿈속에서 탈출하자
탈출하지 말자
버킷리스트, 한 사람 대신 꿈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