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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누리, 유리 껍질

kaydiary 2024. 11. 20. 22:54

 

너 내가 사랑했어?

 

지난겨울 앓던 능소화를 코트 주머니에 넣어둔 것,

모두 착각이었어.

 

인사 없이 아기 신들을 떠나보내며

얕은 분지의 새 나무들도 나를 떠올리는지 궁금해졌다.

 

두고 온 것과 버리고 온 것은 다른데

 

너 나도 사랑했어?

 

덩굴 자라는 모양새를 예측하게 된다면 선 책상 앞에서 조용한 의자 뒤를 차버린 기계식 주름치마의 슬픈 얼굴을 이해할까?

 

서서도 자는 사람을 보아 알고 있다.

오래된 풍속계가 느리게 돌아간다.

 

너는 너의 축을 두고 이편에서 저편으로 달려갔다.

 

운동장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 이제 누울게

 

지금 집에 혼자야? 아니, 작게 말해야 해. 혼나면 어떡해. 혼나야지.

 

축하받으려고 너를 사랑했어.

 

불 끄지 않아도 잠들 수 있는 한낮

봄에 태어난 사람에게 보낼 케이크를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