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사랑했어?
지난겨울 앓던 능소화를 코트 주머니에 넣어둔 것,
모두 착각이었어.
인사 없이 아기 신들을 떠나보내며
얕은 분지의 새 나무들도 나를 떠올리는지 궁금해졌다.
두고 온 것과 버리고 온 것은 다른데
너 나도 사랑했어?
덩굴 자라는 모양새를 예측하게 된다면 선 책상 앞에서 조용한 의자 뒤를 차버린 기계식 주름치마의 슬픈 얼굴을 이해할까?
서서도 자는 사람을 보아 알고 있다.
오래된 풍속계가 느리게 돌아간다.
너는 너의 축을 두고 이편에서 저편으로 달려갔다.
운동장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 이제 누울게
지금 집에 혼자야? 아니, 작게 말해야 해. 혼나면 어떡해. 혼나야지.
축하받으려고 너를 사랑했어.
불 끄지 않아도 잠들 수 있는 한낮
봄에 태어난 사람에게 보낼 케이크를 고른다.